메리크리스마스 앤드 해피뉴이어
스물여섯번째 크리스마스 이브
난 12월 2627282930 일이 제일 좋다 메리크리스마스와 해피뉴이어의 사이라서 ~
일주일째 혼자 먹고자고를 반복하다보니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내일 일어나서 따거운 물에 레몬을 썰어 넣어마셔보고(…과연) 동네한바퀴돌고 와서 빨래 돌리고 이사 준비해야지.. 스물여섯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이사를 할 예정
두 달의 서블렛을 끝내고 여행가있는 친구 집에 잠시 얹혀살고 있다. 종강 일 주일전 짐 옮기느랴 꽤나 고생했는데 생각해보면 이사하는 과정이 고생스럽다기보다는 그 집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고생스러웠던 것 같다. 참, - 같다라는 말을 조심해서 쓰기로 했지. 내 입에서 나오는 내 생각들은 확정적 언어로 써보기로 했다. -> 정정: 그 집에서 나오는 마음이 고생스러웠다. 애초에 두 달만 살 마음으로 들어간 터라 더 살고 싶진 않았다. 처음엔 그렇게 마음에 들더니 지금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나갈 때 되니 시들해지는 두 달짜리 마음이라니. 아무튼 그 집은 두 변이 평행이 맞지 않는 사각형(사전적/수학적? 정의에 따라 사각형이 맞는 말이다. 평행사변형보다 큰 범위는 사각형 밖에 없다 그렇지?)의 방 모양이 마음에 들었고, 내 키만한 큰 창이 좋았고, 큰 붙박이 장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네 크림색 벽으로 둘러쌓인 내 방은 침대와 책상이 딱 알맞게 들어가는 방이였지. 하지만 부엌과 화장실의 곰팡이는 조금 힘들었다. 실눈 뜨고 샤워할 정도였으니. 하여간 짐을 싸고 우버에 실어 한 세번 왔다갔다 하며 비웠다. 그동안 이 방에 다녀간 나의 사람들이 생각나면서 그 중 두 명은 이 방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서더라도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참 마음이 짭쪼롬한게.
친구는 내 짐을 옮기는 걸 도와주고는 혼자 여행갔다. 종강한 날 이후로 한 삼일동안 친구가 없는 친구 방에서 12시간씩 자고 먹고 다시 자고 하다가, 무심코 보내본 스페어룸 광고에서 연락와서 친구 집에서 걸어서 4분거리인 집을 구하게 됐다. 집이 얼마나 좋냐면, 깨끗하다. 리노베이트하고나서 첫 입주인데 - 깨끗한게 계약이유의 팔할정도 된 것 같다. 나머지 이할은 학교랑 걸어서 20분이라는거? 버스타면 10분이면 간다. 아까 새 집 들려서 부엌벽장에 소금이랑 후추랑 두고왔는데, 영역표시방법이 소금 후추이라니 하고 피식했다. 영역표시라는게 바운더리를 그리는게 아니라 센터를 지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재밌어진다. 영역이 사전적 정의를 빗대어 말하면 나의 권리가 미치는 범위니.. 아무래도 면적 개념이긴한데, 그 말고 내 권리가 가장 강하게 자리하는 센터 포인트를 지정하는 거라고 달리 생각해보면…
아. 핫핑크머리로 염색했다. 근데 생각보다 어울려서 당황스럽다. 핑크색 자체는 거울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긴하는데. 핑크색 단발머리+나의얼굴 의 조화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서 대체 핫핑크머리가 잘 어울리는 나란 인간은 무엇인가 하고 코웃음이 난다.
음… 쓸 말은 많은데. 나중에 .
The Morning of Colliers wood
영국온지이제꼭일주일되는날
제니 아줌마의 알람은 6시에 울린다. 아줌마도 밍기적하시는지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1층으로 내려와 티비를 켜고 커피를 타마신다. 커피는 우유를 넣고 설탕도 넣어서 달달하게 마신다. (내가 이걸 보고 한인마트에서 믹스커피를 사다줬는데 아줌마가 i drink all-in-one instead of fresh milk? Haha 라고 했다. ㅋㅋ) 아줌마는 뉴스채널을 틀어놓고 샤워하러간다. 샤워를 하고나서 7시 15분에는 큰 아들 매튜 이름을 크게 불러 깨운다. 아들딸 졸업사진이 놓여있는 콘솔의 가장자리에 있는 빗으로 머리를 빗고 손에 잡히는대로 립스틱을 바르고 매튜의 이름을 다시한번 크게 부른다. 그리고 나서는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내려와서 당신과 아들의 점심도시락을 단촐하게 싼다. 이때쯤 매튜가 내려와서 아침인사를 하고 샤워를 한다.
매튜가 준비하는 동안 아줌마는 꾸며놓은 제단?앞에서 기도를 한다. 재단에는 성모 마리아도 있고 부다도 있고,시바신도 있다. 아줌마는 그들이 신의 형제자매라고 했다. 각기 다르게 발현된 것이지 본질은 같다고. 합장을 하고 얼굴에 성수를 찍어바르고 불을 킨 초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제자리에서 한바퀴 돈다. 그 다음에 불을 킨 초는 내가 앉아있는 소파 옆 탁자 위에 올려두고 현관문 옆에 있는 수탉 동상과 그 위에 있는 그림을 보고 기도를 한다. 이 의식은 아침 밤으로 반복된다.
매튜는 8시 3분쯤 아줌마는 8시 10분쯤 출근한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거실소파에 앉아 지켜본다. 아줌마랑 매튜가 출근하고 나면 나는 아직 깨지 않은 럭키, 그러니까 매튜의 여동생이자 내 친구이자 제니 아줌마의 막내딸을 생각하면서 뉴스를 마저본다.
영국의 아침뉴스의 절반은 날씨얘기다. 나머지 절반은 파업,패션위크,간밤의 사건사고 정도로 잘게 분배된다. 그 놈의 날씨 얘기는 맨날 우중충하거나 춥거나 바람불거나 할텐데 왜 하고 또하고 또하는 걸까. 우연히도 내가 런던에 도착한 주는 1911년 이후로 가장 더운 날씨 30도를 연속 3일 기록했다. 내겐 별 다를 것 없는 온도였지만 여기 사람들은 woderful한 날씨를 계속해서 얘기한다.
어제부턴 비가 오고 추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씩씩하게 떠났다.
떠나기 전날 밤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왔는데 아빠가 지현아 이리와봐 라고 해서 전날 밤에 늦게 들어왔다고 혼날 줄 알고 갔는데 엄마가 누워있었다. 아빠 말로는 엄마가 발작을 했다고 한다. 발작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무섭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진정된 엄마는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떤 감정을 느껴야하는지 모른채 엄마 옆에 누워있었다. 엄마와 둘이 공항에 가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소식을 들은 주애가 공항에 같이 가준다고. 정말 새벽같이 우리 집에 와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자기가 갈 동안만이라도 처자라고 해준 주애놈자식.
살가운 주애 덕분에 엄마는 공항에서 내내 힘없는 옅은 웃음을 지었고 나에게 영국가서 너무 억척스럽게하지말고 설렁설렁 놀면서 하라며 등떠밀어 보냈다. 울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최선을 악착같이 다할 것을 강조하는 사람이였는데 사실 조금 놀랐다. 그래도 딸이 출국장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먼저 등돌려 가다니 너무해 흑…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긴장이 풀려 쭉 자다가 착륙 세시간 전 쯤 일어나 편지 두 통을 읽었다. 나를 생각하는 손글씨들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였고 꽤나 근사한 기분이였다.
파리서 경유하려고 기다리는데 엄마가 공항서 집가면서 또 아팠다고 했다. 차가 엄청 밀려서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그 큰 집에서 언니도 나도 아빠도 없이 혼자 아픈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우리 엄마는 전날밤에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다가 쓰러졌다. 우리 엄마는 그런 여인이다. 엄마가 아픈 두번의 순간 모두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면서 눈물을 훔치고 두 줄에 한명씩 앉을 정도로 텅텅 빈 영국항공 비행기를 다시 타고 런던에 도착했다.
자정이 다 되서 낯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내내 설잠을 자다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된 기분. 아무도 없이 티비가 켜진 거실로 내려와 수사물 채널을 보다가 친구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쇼파에 앉아있다. 한시간 후에 사촌언니가 데릴러오니 얼른 씻어야겠다.
근데 엄마 영양실조란다. (응?) 뱃살이 그렇게나 많은데 영양실조에 걸리다니 다 허튼 뱃살이구만.